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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라클 칼럼 - 브릿지 캠프를 마치며 (박세진 목사)
2025.05.03 23:02
어릴 적 이탈리아를 여행하며 로마 제국이 세운 다리와 포장도로를 자연스럽게 마주한 적이 있습니다. 그 기반 시설들은 도시마다 물을 공급하는 수도관을 연결하고, 도시 간 무역과 통신을 가능케 하는 등 당대 최고의 기술력을 보여주었습니다. 심지어 약 2000년 전 로마의 도로와 다리는 1000년 후의 중세 파리보다도 더 발전된 모습을 하고 있었지요. 로마 제국은 사라졌지만, 그들이 남긴 도로와 다리는 여전히 그들의 강력했던 영향력을 말없이 증언하고 있습니다.
그 시절 저는 로마의 문화와 기술에 감탄했지만, 한편으로는 그렇게 강력했던 문명도 결국 인간의 자만과 게으름, 그리고 시간의 흐름 앞에서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에 허무함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성경을 통해, 로마의 포장도로를 따라 퍼져나갔던 바울의 서신들과 그 안에 담긴 복음을 떠올리게 됩니다. 로마의 기반 시설은 사라진 제국의 유산이 되었지만, 그 길 위로 전해진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의 복음은 지금도 살아 역사하고 있습니다. 가장 미약해 보였던 복음이 오히려 인류 역사를 관통하며 하나님의 뜻을 드러낸 것입니다.
이번 브릿지 캠프는 4~6학년 아이들이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잇는 복음의 연결 고리를 다시 확인할 수 있도록 마련된 자리였습니다. 갑작스러운 계획에도 불구하고 본당 의자 정리, 식사와 간식, 게임 준비, 복음 메시지 아이디어 공유 등 많은 분들이 기쁨으로 섬겨주셨습니다. 아이들은 캠프가 끝난 후 이런 시간을 매 달 가질 수 있는지 물어볼 정도로 즐겁고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짧은 반나절이었지만, 저는 로마의 도로 위에서 쓰여진 바울의 편지 한 장을 기억합니다. 그것은 제국의 위상을 넘어 오늘날까지 생명을 전하는 복음의 통로가 되었습니다.
우리 교회가 53주년을 막 지나온 이 시점에서, 저는 미라클랜드 공동체를 통해 지역 사회에 퍼져 나갔던 수많은 복음의 메시지들을 떠올립니다. 그 복음의 능력이, 우리가 눈으로 바라보는 십자가 탑보다 더 오래 세워질 것을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