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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자리
2015.06.21 16:25
아버지날은 어쩔 수 없이 어머니날과 비교될 수밖에 없는 날인 것 같습니다. 어제 목장 하는데 어떤 목원에게 아버지날에 무엇을 하고 싶은 가를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곧바로 대답하길 “아버지날에 아무도 없는 곳에서 간섭받지 않고 푹 쉴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대답합니다. 모두들 폭소로 그 목원의 이야기를 즐겼지만 사실 그 속에 아버지의 고단함이 배어 있는 것 같습니다.
열심히 일하고 집에 돌아오면 새로운 집안일들이 기다리고 있고, 목이 빠져라 기다리는 아이들이 있어서 쉬지도 못하고, 착한 남편되기 위해 집안일이다, 아이들과 놀아 주기, 아내의 잔심부름하기 등을 슈퍼맨처럼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몇 년 전 한국의 한 예능 프로그램에 소개한 초등학교 2학년 어린이가 썼다는 “아빠는 왜?”라는 시를 보면 엄마가 있어 좋다. 나를 예뻐해 주셔서, 냉장고가 있어 좋다. 나에게 먹을 것을 주어서. 강아지가 있어 좋다. 나랑 놀아 주어서. 아빠는 왜 있는지 모르겠다…….
오늘날 아버지의 자리를 말해주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씁쓸했습니다. 요즘 회자되는 이야기 가운데 젖은 낙엽은 이미 오래된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요즘은 이사 가려면 아내의 애완견을 안고 이삿짐 트럭의 운전사 옆에 가장 먼저 앉아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혹시라도 자신을 버리고 이사할까봐....
어릴 적 아버지는 늘 나의 우상이었습니다. 어디를 다닐 때 늘 나를 데리고 다니는 것을 자랑스러워했으며, 어머니 몰래 용돈을 집어 주실 때마다 아버지의 깊은 사랑을 느꼈습니다. 처음 자랄 땐 몰랐지만 나도 어느새 아버지가 되고, 자식을 키우다 보니, 이제야 비로소 아버지의 사랑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아버지의 사랑과 헌신이 없었다면 어떻게 내가 이 세상에 존재했으며, 어떻게 성장할 수 있었을까... 그때는 아버지의 사랑과 희생은 다 아버지들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고, 채워지지 않는 사랑에 대해 적지 않아 섭섭하고, 불만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아버지가 되고 보니 아버지도 나를 키우기 위해 희생했으며, 자신의 꿈과 삶을 포기하고 가정을 지키셨던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버지께서는 참 빠른 나이에 돌아가셨습니다. 64세 미국 나이로는 63세에 세상을 떠나셨기 때문입니다. 가장 후회 되는 것은 아버지께 사랑하고 고맙다는 말 한마디 못하고, 식사 한번 대접도 못해드리고 아버지를 천국으로 보내 드린 것입니다.
그토록 많은 것을 받기만 했는데, 아버지는 제게 한 번도 무엇을 요구한 적이 없었습니다. 단지 한 가지 바램은, 제가 이 땅에서 잘 되기를 늘 소망하셨고, 아들이 목사 되는 것을 자랑스럽고 기쁘게 생각하셨습니다. 믿지 않는 집안 장남으로 일 년에 10개가 넘는 제사를 드려야 했던 분이 그 모든 것을 다 버리고 아들 따라 주님을 구주로 영접하고 하나님의 자녀가 되셨습니다. 장손인 아들이 그렇게 주님을 영접하자 할아버지, 할머니도 얼마 안 되어 주님을 구주로 영접하셨습니다.
주님을 영접하고 교회에 등록한 후 매일 새벽마다 30분 걸어야 닿을 수 있었던 교회에 나가 아들을 위해 한 결 같이 기도하셨습니다. 그 좋아하시던 담배도, 술도 끊으시고 맨 앞자리에 앉아 예배를 드리시고, 목사님의 설교를 받아 적으셨습니다. 이제야 그 큰 아버지의 사랑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아버지는 비록 이 못난 아들로부터 받은 사랑도 없이 하늘나라에 가셨지만, 떠나고 나서 비로소 가슴에 담겨진 아버지의 큰 사랑을 하나씩 꺼내어 보며 아버지께 죄송하고 감사하며, 오늘 하루를 그 귀한 생각으로 살아갑니다.
아버지가 걷는 그 길을 오늘도 우리 아버지들이 걷습니다. 큰 희생과 섬김으로 가족들을 섬기면서도 젖은 낙엽 취급 받는 현실이지만 가족이라는 울타리 뒤에는 아버지의 귀한 희생과 섬김이 있습니다.
오늘 하루만이라도 가족들을 위해 희생하는 아버지들을 격려해 주고, 그 섬김을 귀하게 여기는 복된 축복이 있기 원합니다.
아버지들이여 힘을 내십시오. 용기를 가지십시오. 하나님의 위로가 여러분과 함께 하기 원합니다. 가족을 위한 여러분의 헌신과 사랑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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