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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이 익어갑니다.
2014.10.09 21:23
감 열매가 익어 가는 가을이 되면 가슴이 설레입니다. 올해는 어떤 감이 익어갈까? 많이 열렸을까? 달콤한 감이 되었을까? 이러한 설렘은 지난 4월 초 봄부터 10일 지난 6개월 동안 계속된 설레임였습니다.
감나무는 꽃이 피면서 열매를 맺습니다. 감과 꽃이 동시에 피는 흔치 않는 과일 중의 하나입니다. 감나무는 분수를 아는 나무입니다.
첫째, 처음 꽃이 많이 피어도 열매가 너무 많으면 스스로 조절을 해서 꽃이 떨어지고 적당한 양의 꽃만 열매를 맺습니다. 욕심을 부리지 않습니다. 꼭 필요한 만큼만 열매를 맺도록 스스로 조절하는 그 겸손이 참 감사합니다.
작년에 심은 감나무는 잎이 마른 가운데서도 딱 감 하나를 열매 맺었습니다. 꼭대기에 달렸는데 대롱대롱 혹시 나무가 부러지지나 않을까 열며가 되면서도 그렇게 홀로 열매를 맺기 위해 노력하며 뿌리를 내린 감나무가 고맙습니다.
둘째, 사람들의 축복을 받으며 자랍니다. 우리교회에는 올 해 감나무가 세 개가 되었습니다. 8년 전에 심은 감나무 2개 작년에 심은 나무 하나 모두 세 개가 되었고, 올해 모두 열매를 맺었습니다. 그러나 유독 감나무 가운데 잘 자란 나무는 제 자동차 앞에 서 있는 나무입니다.
작년에도 그렇고 올해도 변함없이 많은 감을 열매 맺었습니다. 어림잡아 60개는 되는 것 같습니다. 숫자도 많지만 감 하나의 크기가 어른 주먹만 하게 크게 자란 것을 보면 놀랍습니다. 물론 똑같은 나무에서 맺은 열매라 어떤 것은 크고 어떤 것은 작지만 대부분 어른 주먹만 하게 크게 자랐습니다. 뒤뜰에 심은 나무랑 한 날 한 시에 똑같은 수목원에서 사다 심은 것을 생각해 보면 축복한 감나무는 달기도 하고, 또 크게 열려서 주인을 참 기쁘게 합니다.
셋째, 감은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성장하는 것에 자신을 투자했습니다. 올해 감 숫자는 작년과 비슷합니다. 어떻게 보면 더 작은 것처럼 느껴집니다. 원인이 무엇일까 살펴봤더니 나무 가지가 많이 새롭게 뻗었습니다. 열매를 많이 맺지는 못했지만 내년을 위해 새로운 가지를 뻗어 잘 자라주었습니다. 올해 열매 맺는 것에 충실할 뿐만 아니라 내년, 또 그 후년 맺을 수 있도록 자신을 미래에 투자한 것입니다. 아마도 내년에는 새로운 가지에서 더 많은 감이 열릴 것으로 기대됩니다.
넷째, 감은 아픔을 성숙함으로 열매를 맺습니다. 아직 감나무가 완전히 홍시가 되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한 달 전에 감 하나가 빨갛게 홍시가 되었습니다. 어떻게 그럴 수 있나 봤더니 한쪽에 시꺼멓게 새가 쪼아 먹 상처를 냈습니다. 너무 딱딱해서 그랬는지 몰라도 더 이상 파먹지 않고 상처만 내고 날아갔나 봅니다. 그리고 그 상처 때문에 빨갛게 익은 홍시가 되었습니다. 아픔을 아픔으로 끝내지 않고 성숙한 열매로 승화시키는 감나무가 참 지혜롭습니다.
다섯째, 감나무는 열매를 맺어도 자신을 위해 맺지 않습니다. 기나긴 세월 그가 이 땅에서 한 해의 반 이상을 싹을 피우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 무겁게 휘어져 허리한번 피지 못하면서도 아름다운 열매를 맺었지만 자신을 위해 그 열매를 사용하지 않고 모두 주인을 위해 아낌없이 주는 것을 보게 됩니다. 감나무는 단지 그 열매를 품고 있으면서 사람들의 사랑과 칭찬을 받는 것이 감나무의 사명인 것 같습니다.
이 복된 가을에 감나무처럼 묵묵히 기다리며 열매를 맺어 주님께 아낌없이 드리는 열매 맺는 나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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